남아공월드컵은 11일 오후 11시(한국시각) '소년'과 '거인'의 대결로 막을 올린다. 개최국인 남아공의 애칭이 소년들이라는 뜻의 '바파나 바파나(Bafana Bafana)'이고, 멕시코는 '북중미의 거인(Giant)'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처럼 남아공 월드컵 출전팀마다 자국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별명이나 팀의 상징물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한국팀을 상징하는 것은 호랑이 중에서도 백호(白虎)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휘장에도 용기와 투지를 상징하는 백호가 그려져 있다.
한국의 B조 첫 상대인 그리스는 '해적선(The Pirate Ship)'이란 독특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 2004년 유럽선수권 때 개최국 포르투갈이 개막식에서 16세기 해상강국 시절의 배로 팀을 과시했는데, 그리스가 이를 꺾고 우승하면서 이런 별명이 생겼다. B조 최강인 아르헨티나는 국기와 유니폼 색깔 그대로 '흰색과 하늘색'이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수퍼 이글스(Super Eagles, 독수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데, 형편없는 경기를 할 때는 '수퍼 치킨스(Super Chickens)'로 조롱당하기도 한다. 독수리는 나이지리아 일부 지역에만 서식하고 있어 흔한 동물은 아니지만, 힘과 지혜를 상징하는 국조(國鳥)로 대접받는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에 동물 상징이 많은 것은 사회가 수백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탓도 있다. 모두들 제각각이다 보니 공통 관심사인 동물에서 상징을 찾은 것이다. 브라질, 포르투갈과 함께 '죽음의 G조'에 편성된 코트디부아르는 '코끼리들(The Elephants)'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코트디부아르의 영어 명칭은 아이보리코스트(Ivory Coast·상아 해안)로, 15세기부터 코트디부아르를 지배한 유럽 열강이 코끼리 상아를 대량 수출하면서 생긴 국가 명칭이다.
E조의 카메룬에 붙은 '불굴의 사자(Indomitable Lions)'라는 애칭은 1972년에 만들어졌다. 1960년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카메룬이 이때 단일 공화국을 선포하며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서 카메룬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정치권이 대대적인 협회 개혁에 나서며 "사자처럼 용감해져라"는 의미로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알제리는 '사막의 여우들(The Desert Foxes)'로 불린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피하는 동물도 있다. 고슴도치처럼 적을 만날 때 몸을 웅크리는 동물은 사양이다. 아프리카 전사들은 전쟁에 나갈 때 고슴도치 고기를 먹지 않는 관습이 있다.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는 도마뱀도 '비겁자'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팀 상징으로 택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도 동물을 축구팀의 상징으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프랑스의 상징은 수탉이고, 일본은 다리가 셋 달린 상상의 새 삼족오(三足烏)를 팀 상징으로 사용한다. 호주는 축구(soccer)와 캥거루(kangaroo)를 합쳐 '사커루(socceroo)'가 별명이다. 축구 종가인 잉글랜드의 '삼(三) 사자'는 중세시대 잉글랜드의 왕 리처드의 휘장에서 따왔다.
<조선일보 2010.6.11 이한규 교수>
☞이한규 교수는
▲1953년 9월 28일 서울 출생 ▲안양중·오산고, 한양대 정외과 졸업, 프랑스 파리10대학 정치학박사(아프리카 지역학) ▲서울시립대 연구교수(2004~2007년),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출강(2007년~)
●‘사보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줄루어로 ‘안녕하세요’란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