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9일 '이승만 週間' 순차적으로 행사 진행… 일부 대통령 논란일 듯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 역대 대통령 9명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린다.
충북도는 역대 대통령의 업적과 생애를 추억하는 관광프로그램 성격의 '역대 대통령 주간(週間)' 행사를 마련한다고 16일 밝혔다. 도는 "현직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전직 대통령은 청남대에서 모신다는 취지에서 추진하는 이벤트"라며 "정치성과 이념을 배제한 채 '있는 그대로의 대통령'을 관광·교육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는 대통령기념사업회와 대통령별 특성에 걸맞은 세부적인 프로그램을 협의 중이다. 행사기간 중에는 생애와 주요 업적 소개, 유품 증정, 생존 당시 육성 소개 등을 내용으로 한 기념식을 갖고 학술회의, 전시회, 체험행사 등을 다채롭게 개최할 예정이다. 대통령 주간행사가 시작되는 날은 역대 대통령의 생일, 취임일, 서거일 등을 기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첫 대상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도는 이 전 대통령의 취임일인 1948년 7월 24일에 맞춰 이달 24일부터 29일까지 재임 당시 그의 연설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한늬우스' 동영상을 상영하고 이 전 대통령의 초상화와 유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읽었던 책을 전시하고 그가 좋아했던 노래를 들려주는 이벤트도 마련한다.
역대 대통령 9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 청남대 대통령광장. 맨 왼쪽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재임 순으로 서 있다. /충북도 제공
이번 행사에 대해 이승만 대통령기념사업회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종 지사는 16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역대 대통령 주간행사를 착실히 추진할 것을 당부하면서 "예를 들어 이승만 대통령 주간을 추진할 경우 전국 전주 이씨 대종회원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청남대를 홍보하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도는 이 전 대통령에 이어 오는 8월과 12월 취임시기에 맞춰 윤보선, 최규하 전 대통령을 기념하는 주간행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되거나 정치적으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나머지 대통령에 대한 일정은 내년부터 잡기로 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개인별 공과(功過)를 두고 국민들의 인식 차이가 크고 현재의 정치상황과 민감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역사적으로 과오가 인정된 대통령을 기념하는 행사를 주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특정 대통령들에 대한 호불호(好不好) 감정을 극단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도는 이 같은 지적을 감안해 첫 주간행사를 진행하기 전에 각계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16일 오후 청남대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역대 대통령들에 관한 모든 것을 보여주는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장·노년층에는 향수를, 청소년들에게는 역사교육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순수한 관광활성화 차원으로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원군 문의면 대청댐 주변에 자리 잡은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지은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남쪽의 청와대'란 의미로 청남대란 이름을 붙였다.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던 휴양지였으나 참여정부가 집권했던 2003년 4월 18일 관리권이 충북도에 넘어왔고, 개방 이후 누적 관람객 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충북도는 청남대 개방 이후 대통령광장과 8km의 대통령길, 전망데크, 음악분수, 대통령 역사문화관 등을 조성했고, 현재 대통령역사교육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조선일보 2012.7.17 A14면)